낙서장
단상 본문
이전에 어떤 회사를 그만두었던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돈도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도 아닌 사람때문이었다. 어떤 사소한 순간에 마주한 모습이 추할만큼 감정적이었고 그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모습에 오만정이 떨어졌기 때문이었다. 모든 사람이 모든 순간에 이성을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역시 믿었던 사람의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은, 그리고 그 조악한 감정의 대상이 내가 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다.
그리고 지금까지 나는 어떤 사람의 나쁜 면을 보게되는 것은 오로지 나의 문제라고 생각했다. 내가 조금 더 일을 잘했다면, 아니면 그 때 그 사람의 감정을 내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넘어갈 수 있었을텐데 하고. 또 앞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모습을 발견하지 않도록 내가 더 잘해야지 하고 생각했다. 그만두었던 회사에서의 그 경험은 나를 조금 더 조직으로부터 분리하여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.
그리고 몇 년이 지난 지금 똑같은 감정을 마주하고 선 순간 나는 혼란스럽기만하다. 내가 또 뭘 잘못한걸까, 내가 한 말이 또는 행동이 그 사람의 마음 속 어딘가의 뇌관을 건드려서 또 이런 상황을 마주해야 하는걸까. 이런 상황을 또 겪게된 것은 여전히 나는 너무나 미숙하고 무능하다는 뜻일까.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. 다만 그 때와 다른 점은 이제는 나는 그때문에 회의를 느낀다거나 회사를 그만둬버릴만큼 무책임하지 않다는 사실이다.
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는 법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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